유치부

요한계시록 강해 38. 첫 네 나팔 (계8:6-12)

(도입) 천사가, 금향로에 제단의 불을 담아 땅에 쏟으니, 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발생했다. 본문은 이 장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설명해준다.
1.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와서 땅에 쏟아졌다. 이 때문에, 땅과 수목의 삼분의 일과 각종 푸른 풀이 타버렸다. ⑴피상적으로는, 천재지변을 통해, 땅을 황폐케 하여, 기근의 고통을 겪게 한다는 뜻이다. ‘우박과 불’은 애굽에 내린 일곱 번째의 재앙이다(출9:23-24) 칠년의 흉년을 하나님의 은혜로 지혜롭게 극복했는데, ①그 은혜를 깡그리 망각했다. ②하나님의 자녀를 억압하고 착취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를 방해했다. ③이 뿐만이 아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가나안으로 가려는 하나님의 백성의 길을 막고 훼방했다. 애굽은, 한마디로, 하나님의 뜻이 이 땅 가운데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대적하는 세력을 대표한다. ⑵결국, 첫 번째 나팔 재앙은, 하나님께서 애굽같은 존재를 반드시 심판하신다는 경고를 상징한다.
2.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불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졌다. 그 결과, 각각 삼분의 일씩, 바다는 피가 되고, 바다 속 생물이 죽었으며, 경제에 큰 몫을 담당하는, 해상무역의 상징인 배들도 깨어졌다. ⑴문자적으로는, 물질적 부를 일궈내는 근간을 말살시키신다는 뜻이다. 성경에서 불붙은 큰 산은 바벨론과 같은 존재를 가리킨다(렘51:25) 적그리스도이거나, 스스로를 광명성이라고 칭하면서 하나님과 원수가 된 자를 대표한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모일 수 없도록 흩어버리는 세력이다. 배들은, 바벨론을 상징하는 세력에 빌붙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무리다. ⑵즉, 이 구절의 행간은, 세상권세에 기생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성도를 ‘수단으로 전락시켜, 이용하고 짓누르는 자’를 심판하신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3.셋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쓴 쑥이라는 큰 별이 강 삼분의 일과 샘물들에 떨어졌다. 이 때문에 물이 쓰게 되어 많은 사람이 죽는다. ⑴일차적으로는, 쓴 쑥에 의해 이 땅의 모든 물이, 먹을 수 없게 되는 환경적 오염을 의미한다. 그리고 ⑵한걸음 더 나아가, 성경의 의미를 살펴보면 ‘쓴 쑥’은,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얻기 위해 행하는, 우상숭배의 결과가 초래하는, 재앙의 심판을 가리키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신29:18-21)
4.넷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해와 달과 별들의 삼분의 일이 타격을 받아 어두워진다. ⑴한마디로, 천재지변에 의해 밤과 낮이 빛을 잃는 우주적 재앙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애굽에 내린 아홉 번째의 재앙을 통해 이미 보여주셨다(출10:21-23) ‘흑암’과 ‘어두움’은 ‘하나님의 심판’과 ‘종말적 심판’을 암시하는 단어다(욜2:2, 암5:18) 사탄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하고, 배역한 이스라엘이 흑암 속으로 던져질 것도 나타낸다. ⑵즉, 하나님의 백성을 핍박하는 자와 배역한 이스라엘에 대한 심판이 완성될 것과 흑암을 물리치고, 주님께서 진정한 빛으로 오시는 날이 임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5.이제, 본문의 네 나팔을 통해 일깨워주시는 종말의 의미를 정리해보자. 종말의 심판을 단순히, 죄인을 벌하신다는 측면으로만 이해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들을 심판하시는 궁극적인 이유가,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종말은 특정 시점의 사건이 아니다. 종말은, 하나님의 백성이 신분에 걸맞은 삶을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대적하며, 억압하는’ 모든 세력을, 심판을 통해, 벌하고 제거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생명과 진리로 그 백성들을 온전케 하는 기간이다. 또한, 하나님의 공의로우심과 모든 통치의 주권자이심을 드러내시는 과정이다. 즉, 종말은, 성도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크심과 은혜로우심과 부요하심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하는 모든 기간의 역사와, 하나님의 통치사역의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6.이러한 심판의 의미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뭘까? ①해와 달과 별처럼 빛나길 원하고, 스스로 높아져서 높은 산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억압하고 착취해서라도 이익을 추구하려는 하는 모든 행위가 헛되며, 반드시 하나님 앞에서 심판받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경고다. ②또한, 믿음 안에 있는 성도에게는, 세상은 끊임없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추구하며 살아야만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다고 유혹하지만, 결국은 이 세상이, 하나님의 심판에 직면하여 허무하고 비참하게 됨을 깨닫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참 생명과 진리와 거룩함은 오직 공의로우신 하나님께만 있음을 알게 하여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탁하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종말의 심판은 하나님의 공의로우심을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는 자의 참된 복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우리가 누릴 가장 큰 복은, 하나님 안에 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의 삶’을 살 때에 진정한 복과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요15:4-6) 우리의 참된 가치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할 때에만 확인이 가능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럴 때에만 생명의 누림과, 참된 진리로 인한 자유함이 있고 의와 거룩함을 맛볼 수 있다.
7.(맺는 말) 종말의 심판은, 하나님의 나라와 뜻을 이루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을 멸하여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와 동시에, 은혜 안에 머물며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가는 성도들을 위한 복된 정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통치하시는 하나님께 순종해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 거하면서 그의 말씀이, 삶의 이유와 근거가 되어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순종의 삶이 될 때, 이러한 복됨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