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요한계시록 강해 27. 이기신 어린 양(2) (계5:5-7)

(도입) 장로 중 한 명이, ‘유다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겼으니, 두루마리와 일곱 인(봉)을 떼시리라’ 라고 했다(5:5b) 그런데, 정작, 보좌에 좌정하신 하나님의 오른손에서 두루마리를 취한 이를 ‘죽임을 당했던 어린양’ 이라고 일컫고 있다(5:6a,7)
1.왜, 실패나 패배로 비쳐질 ‘죽임을 당했던 어린양’ 이라고 묘사했을까?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려죽으신 사실은, 많은 유대인들과, 심지어는 그리스도로 믿던 무리들 중 일부가 회의에 빠져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라면 당연히, ‘유다지파의 사자나 다윗의 뿌리’ 가 상징하듯이 ‘승리한 자나, 힘 있는 자’ 여야 한다고 여겼었기 때문이다. 초라하고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 어린양은,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시작하고 진행하여 종결시킬’ 유일한 열쇠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죽임을 당한 어린양을 통해 승리하시고 구원을 성취하셨다.
2.죽임을 당한 어린양의 의미는, 출애굽 직전의 첫 유월절(逾越節)에서 찾을 수 있다. 죽임당한 어린양은 하나님의 구원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예표다. 애굽의 장자와 가축의 첫 새끼를 죽이는 재앙을 면하기 위해 문설주에 바른, 어린양의 피를 보고 죽음의 재앙이 그냥 지나쳐 넘어 갔기 때문이다(逾越, Passover). 출애굽이후의 제사제도의 목적은 죄를 용서받음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함에 있었는데, 이러한 화목제의 제물과 속죄제의 제물도 어린양이다(레3:7, 4:32). 어린양은 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여 하나님과 화목하게 함으로써 죽음에서 벗어나게 하는 존재다(사53:4-7).
3.이제, 죽임당한 어린양의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세례요한은, 세상 죄를 지고 죽임당할 어린양이 예수님이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포했다(요1:29) 주님께서도 친히 자신을, 모든 인류의 죄의 값을 대신 치르는 대속제물(代贖祭物)이라고 하셨다(마20:28) 이에 대해 사도 바울도 동일하게 증거하고 있다(딤전2:6) 죄의 삯은 사망인데(롬6:23) 그 삯은 죽음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죄로부터의 구원은, 어린양의 희생을 통해 피를 흘려 죄의 댓가를 치러야 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주님께서 (실패하고 패배한 자로 오해받을 만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만 했던 이유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에 의해, 어린양의 실체이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죽으심으로, 죄의 댓가를 치르고 우리 생명을 사신 구체적인 증거다. 그래서, 십자가가 은혜가 되고 감사의 제목이 된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나라와 백성이 되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될 수 있는 은혜를 누리게 된 이유도, 어린양이신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우리대신 죄값을 담당하시고 우리를 사셨기 때문이다(계5:9-10). 죽임을 당한 어린양만이 인봉을 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4.하지만, 당시에는 죽임을 당한 어린양이 구주가 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성도들을 핍박하고 배격했다. 심지어, 한 때는 예수님을 구주로 믿었던 이들조차도, 주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접하자 믿음이 흔들렸고, 주저하게 될 정도였다. 강성한 제국인 ‘로마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의 시대’(Pax Romana)를 구가하던, 당시의 생각이나 상식과는 걸맞지 않았던 탓이다. 하나님의 승리의 방식은 그들의 상식과 지식을 엎어버렸다. 겸손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임을 당한 어린양을 통해 구원을 성취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주심으로써, 죽음의 위협과 핍박 중에 있는 성도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주셨다. 믿음의 길은 핍박으로 인해 죽음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패배가 아니다. 죽음당한 어린양과 같은 승리의 길이다.
5.이러한 사실은, 오늘 날의 우리에게도 동일하다. 하나님께 속한 자는 겸손히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음으로써, 승리하게 됨을 세상에 나타내야 한다(빌2:5-12). 세상의 죄를 속하기 위해 기도하는 제사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임을 당함으로써, 승리하는 삶을 사는 인생, 예수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이다. 자신을 비워서 끝까지 낮아지시고, 저주의 대상인 십자가를 기꺼이 지셨던 모습으로 낮아져야 한다(빌2:1-4)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우리를 세상을 위한 고귀한 제사장으로 삼으셨다는 사실은, 개인과 가정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한 기도의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제사장으로서의 책임에는, 개인이나 단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구성원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공공성이 있음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예수님을 믿기 힘든 진정한 이유는, 예수님을 본받아, ‘죽음으로써 승리하여 이겨내는 삶’ 을 살아내는 방식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멸시와 모멸과 외면을 당할지라도, 낮아지고 섬김으로써,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이루어가면, 진정한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와 평안이 임하게 된다. 내 안에서 기쁨이 되는 성탄이, 진정한 의미 그대로, 세상도 함께 누리는 성탄이 되는 비결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위해, 죽임을 당함으로써 이기게 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6.(맺는 말) 온 인류의 역사를 이끄실 계획과 진행의 결말을 담은 두루마기의 인봉을 풀 수 있는 분은 죽임당한 어린양이신 예수님이시다. 그가 피로 우리를 사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과 진행과 결말을 세상에 보여줌으로써 화평을 누리려면 먼저 우리가 죽어야 한다. 주님처럼, 낮아지고 낮아져서 세상을 섬길 때, 하나님의 구원을 누릴 수 있게 됨을 기억하라! 죽임당한 어린양을 통해 참된 승리를 보여주고 누리며 늘 평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