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본문의 라오디게아교회에 대한 말씀은, 물질문명이 풍성한 오늘날의 성도들에게 참으로 시의적절한 교훈이라 생각한다. 기름진 옥토로 이루어진 라오디게아는 많은 목초지로 인해, 검정색의 광택이 나는 최상급의 명품 양모를 대량 생산했다. 게다가 교통의 요지였으므로, 상업과 금융업이 융성하여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의 흔한 풍토병인 눈병에 대해 효능이 좋은 프리기안(phrygian) 가루로 만든 안약을 만들어 팔면서 더욱 많은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경제적 부요함을 바탕으로, 주후 60년경의 대규모의 지진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해야 할 때, 유일하게 중앙정부인 로마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자력으로 도시를 재건했다. 이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한 도시였다.
1.라오디게아에 세워진 교회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소아시아의 교회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고, 물질이 주는 풍요함과 안락함에 충분히 취해 있었다. 심지어, 굳이 예수님이 없어도 만족할 수 있다고 착각할 만큼, 아쉬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주님의 판단은 달랐다. 그들은 곤고한 자요, 가련한 자이며, 가난한 자, 눈먼 자,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 자였다. 미지근하여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않아서 주님께서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상태였다.
2.그런데, 왜, 이렇게 표현하셨을까? 미지근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라오디게아는 모든 것이 풍족한 듯 보였으나, 아니었다. 그들에겐 특히, 물 부족이 큰 문제였다. 물 문제를 해결하려 북쪽으로 9km정도 떨어진 히에라볼리로 부터 온천수를 끌어왔고, 14km정도의 거리에 있는 골로새지역의 바비산에 쌓여 있는 만년설이 녹은 물도 이용했다. (뜨거운 온천수는 피부가 윤택해지고 질병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목욕물이었고, 골로새의 차갑고 시원한 물은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고품질의 광천수였다) 그런데, 장거리의 노출된 수로를 통과하는 동안 미지근해짐으로써 (온천수내의 유기물이 부패하여) 악취를 내었고 (차가운 물에 녹아있던 석회성분이 침전물을 만들어) 마시면 구토와 복통을 유발했던 것 같다. 미지근하게 된다는 것은 결국, 목욕물로도, 음료수로도 전혀 쓸모없는 물이 되었다는 뜻이다. 즉, 라오디게아교회가 영적으로 부요하여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믿음의 본질을 모두 상실하여 변질되었음을 지적하신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라오디게아교회의 찬양과 섬김과 헌신들을 통해서도 영광을 받으면서 은혜를 베풀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믿음의 길에서 완전히 이탈해 있었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기에 입에서 토하여 내칠 것이라고 하셨다.
3.혹시, 물질적 풍요가 믿음을 보증 받는 증거라고 오해한 적이 있는가?
라오디게아 교회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되므로, 물질의 복도 하나님의 은혜 중 하나다. 하지만, 물질적 소유의 다소가 믿음의 상태를 보증해주는 증거는 결코 아니다. 은혜로 부여하셨으므로, 은혜라는 사실을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도 알도록,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지 늘 확인해봐야 한다. 자신에게 허락된 물질과 재능과 시간들을 하나님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 영적인 나태함과 악한 속성에 매몰되어 결국에는 토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가난이 선(善)일까? 아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므로 자녀들에게 공급하시고 필요를 채워주신다. 우리의 신앙의 상태를 보증하는 것은 물질적인 부요나 가난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물질의 상태로 믿음을 예단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4.물질의 풍요를, 믿음의 시금석으로 착각한 라오디게아교회에 대한 주님의 처방은?
‘주님에게서’ 금과 흰옷과 안약을 사라고 하셨다(:18) 해결책을 주님으로부터 찾으라는 말씀이다. 세상의 것으로는 진정으로 부요할 수 없고, 수치를 가릴 수도 없으며, 영원하고 참된 것을 볼 수 없다. 예수그리스도만이, 가장 가치 있고, 진정으로 우리의 수치를 가려주며, 참되고 영원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신다. 댓가를 치를 그 무엇도 없는 우리에게 ‘사라’고 하신 것은 구하고 찾고 두드리면 공급해주시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①불순물로 오염되어 있으니 불로 연단한 금을 사라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정금같이 존귀한 존재로 부르셨으니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분량에 이를 때까지 거듭되는 연단을 통해, 은혜의 풍성함과 부요함을 누리면서 회복되라는 말씀이다. 또한 당시의 최고의 명품이었던 검은색의 양모로 만든 옷이 자신들을 돋보이게 한다고 착각했지만, 진정으로 죄악의 수치를 가릴 수 없으므로 ②그리스도의 피로 정결케 된 흰옷을 사서 수치를 면하라고 하셨다.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우리의 가치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③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고 하셨다. 라오디게아의 안약으로는 참과 거짓, 생명과 죽음의 길을 분별할 수 없다. 안약은 참된 것과 영원한 것을 보고 깨닫게 하므로, ‘성령의 조명하심을 통한 말씀묵상’인 것 같다. 그러므로, 성령의 뜻에 민감한 삶을 촉구하시는 듯하다.
5.(맺는 말)
물질적 소유를 믿음의 상태와 동일시하거나 물질적 풍요가 믿음을 담보하거나 보증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복을 통해 믿음을 확인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하지마라. 또한, 믿음의 수고와 섬김에 대한 보상으로 물질적 부요를 요구하려는 어리석음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믿음의 본질이 훼손되고 변질되면 주님께서 토하여 해버릴 수밖에 없다. 진정 부요하게 될 뿐만 아니라, 수치를 가려서 영원하고 참된 것을 보고 누리려면 세상이 아니라 오직 주님께 와야 한다. 주님께 오면 존귀함을 회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