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요한계시록 강해 03.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계1:4-6)

(도입) 요한계시록이, 묵시록과 예언서의 성격도 있지만,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발신자 요한이 보낸 서신서로서의 느낌이 가장 강렬했을 것이다. 수신자는 아시아의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도시에 세워진 대표적인 일곱 교회임을 언급하고 있다. 그곳은 교통의 요지였으며 주위의 교회들에게 소식을 전달하기 용이한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즉, 당시의 모든 교회에 보낸 서신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지리적인 의미와 함께, 완전수이며 충만한 숫자인 일곱은, 오고 오는 모든 세대와 이 땅에 세워질 모든 교회를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도 당연히 수신자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이 서신은 모든 수신자들에게, 은혜와 평강을 기원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1.다른 사도들이 했던 것처럼, 은혜와 평강에 대한 기원은 인사치레였을까?

아니다. 믿음을 지키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은혜는 대가없이 받는 선물로, 그 핵심내용은 삼위 하나님의 협력으로 베푸시는 구원이다. 예수그리스도의 피로 신분이 바뀌는 구원은 단회에 한하지만, 그 은혜를 누림은 날마다 새롭게, 끊임없이 공급받아야만 한다(애3:22-23) 특히, 억압과 핍박 아래에 있을 때, 은혜는 더욱 절실하다. 은혜가 없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2.은혜 다음으로는 평강(=샬롬)을 언급하고 있다. 왜, 은혜 다음엔 평강일까?

은혜의 궁극적 결과가 평강이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하나님과 화목한 자가 누리는 열매와 결과가 평강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떠난 사람은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의해) 세상적 성취와 성공을 얻고 부귀와 권세를 누릴지라도 결코 평강을 누리지 못한다. 평강은 오직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은혜를 받은 이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신앙 때문에 로마로부터 재산과 직위를 빼앗기고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된 당시 성도들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물질과 권력이 아니라 평강이었다. 그래서, 가장 요긴하고 시급한 평강에 대해 일깨워줬다. 이처럼, 요한도 은혜와 평강을 기원하고 있으나, 성부와 성자의 이름만으로 언급한 다른 사도와 달리, 성삼위 하나님 모두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있다.

3-1.그 첫째 이유는, 성부 하나님은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분이시기 때문이다.

즉 성부 하나님은 모든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본문은 현재와 과거 미래의 순으로 언급하여, 현재를 강조하고 있다. 당시의 성도들이 난관과 고난에 직면해 있었던 탓이다. 현재를 포함한 모든 시간과 역사를 통해, 함께 동행해주시는 하나님을 일깨워주면서, 과거와 미래의 하나님도 되시지만, 당장 가장 긴급한 지금, 강하고도 놀랍게 역사하고 계심을 각인시켜준다. 환란과 고난 중에 있는 성도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용기를 더해주려는 의도다. 그러므로, 현실을 보고 좌절하지 마라. 지금, 당장, 힘겹고 어려울지라도, 그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하나님의 은혜의 방편임을 기억하라.

3-2.은혜와 평강을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을 들어 기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성령 하나님께서는 모든 곳에 충만한(無所不在) 분이시기 때문이다.

성령 하나님을 보좌 앞에 있는 일곱(=완전하고 충만한) 영으로 표현했다. 동서남북과 위와 아래, 중앙 등, 온 우주의 모든 공간에 충만하게 존재하신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령하나님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하나님의 은혜에서 소외될 성도도 없다. 현재의 환경과 위치, 형편을 초월하여 성령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은혜와 평강이 되신다. 이 얼마나 놀랍고 엄청난 은혜의 표현인가!

3-3.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은혜와 평강을 기원한 마지막 이유는,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은혜와 평강을 보증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당시의 성도들은 신앙을 위해 엄청난 불이익과 해를 감당해야 했다. 심지어는 목숨도 잃었다. 신앙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성도들의 이러한 삶의 모든 것에 대해서 충성된 증인이 되어 (①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해)주시고 이를 통해 담대하게 되어 은혜와 평강을 누리게 하신다. 또한, (②제사장의 역할로)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나셔서 우리를 부활의 영광으로 인도하실 부활의 첫 열매이시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③왕 중의 왕의 역할인) 땅의 임금들의 머리가 되시기 때문이다.

4.결국, 우리가 은혜와 평강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영원하고 변함없으며 끝이 없는 사랑이다. 그 사랑이 모든 얽매임으로부터 우리를 자유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백성이요 그의 나라가 되게 하셨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나라를 위한 제사장이 되게 하셨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은혜와 평강을 묵상하다보면 찬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5.(맺는 말)

사도요한이 일곱 교회를 향해 기원하는 은혜와 평강은,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은혜를 묵상하고 생각하면서 평강 안에 거하라. 그리하여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 맞서서 세상을 거스르고 도전하여 승리하라. 승리하여 개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불러 자녀 삼으신 이유다. 하나님의 백성과 나라와 제사장으로 신분이 변화됨으로 받게 된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