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때의 환경적 배경은 ①로마의 압제에 의해,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던 이들과 교회가, 환란과 핍박을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도요한도 이 때문에 밧모섬에 유배되어 있었다. ②또한, 모든 교회에, 교리적인 이단들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근거로 하는 종교들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형태의 이단들이 침투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승리를 전하는 요한계시록이 이러한 환경에서 기록되었기에, 환란 중에도 담대하게 해주고, 이단에 잘 대처하여 승리하게 함으로써 흔들리거나 미혹되지 않도록 해준다. 본문은, 요한계시록 전체에 대한 서문의 성격을 가진다. 여기엔, 반드시 짚어봐야 할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이 있으니 함께 살펴보자.
1.첫째는,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1:1)’이다.
같은 의미로 ‘마땅히 일어날 일(4:1)’과 ‘반드시 속히 되어 질 일(22:6)’이라고 표현하면서, 세 번에 걸쳐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이해함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직역하면, ‘곧 발생해야 할 일’이다. 장차, ‘필연적으로, 발생해야만 하는 일’을 가리킨다. 이 어휘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단의 주장이나 불신자가 트집거리로 삼는)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계시의 필연성’이다. 즉, 요한 계시록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알려주는 역할보다는, 계시된 말씀이 반드시 성취되어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심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된다는 사실의 필연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예수그리스도께 이 계시를 주셨으므로(1:1) ‘반드시, 확실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환란과 핍박을 겪고 있는 성도들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소망을 공고하게 해주려고 하시는 말씀이다.(롬8:17)
2.둘째는, ‘때(=카이로스)가 가까움이라(:3)’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시간(크로노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재림 자체에 초첨을 맞춘 표현이다. 행동을 실행하거나 결단하기에 적절한 때(카이로스)나 기회를 뜻하며,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충족시킬 수 있는 시간이나 시기의 적절함을 말한다. 즉, ‘(카이로스는) 어떤 일이 수행되기 위한 특정한 시간, 또는 계획이 세워져서 그 계획이 실행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그래서, 본문의 ‘때가 가까웠다’는 의미는, ‘시간(크로노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종말론적인 신앙과 관점으로 보자면, 종말의 의미가 충족되는 예수그리스도의 재림의 때(카이로스)는 하나님의 의지와 섭리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하나님은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그 시기를 전혀 특정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종말이 항상 임박해있는 것과 같으니, 긴박하게 생각해야만 한다’는 의미에서 ‘가깝다’라고 표현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종말의) 때가 가까웠기 때문에 항상 깨
어 있어야 하고, 늘 거룩하고 경건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는 비단, 요한계시록에서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도 바울(롬13:12)과 야고보(약5:8)도 동일한 이유와 근거를 통해 경건한 삶을 살기를 권면하고 있다.
시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시간에 얽매이지도 않고 시간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예수그리스도의 초림부터 재림까지의 기간인 말세는,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다(벧후3:8-9) 그러므로, 쫓기듯이 불안해하며 요한계시록에 나타나는 특정 시기나, 숫자 등의 의미를 밝히려 집착하거나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요한 계시록을 읽으면서 날짜나 숫자를 헤아리는 것은 사이비와 이단이요 거짓의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도께서 반드시 승리하신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따라, 임박한 종말의 그때를 어떻게 준비하여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집중하라.
3.그렇다고 하더라도, 주님께서는 왜, 굳이, 이다지도 더디게 오시려고 하실까?
아무도 멸망치 않고 회개에 이르게 하여 구원하시려고 하는 이유 때문이다(벧후3:9)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고자 택하신 자들의 숫자가 채워지는 하나님의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시며 심판을 미루고 계시기 때문이다(계6:9-11) 하지만, 노아의 방주도 문이 닫힐 때가 있었던 것처럼, 복음의 선포로 인해 회개하고 구원받게 될 기회가 마감될 때가 반드시 있음을 기억하라. 명심하라! 하나님의 일은 분명하며 긴박하다.
4.(맺는 말)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는, 예수그리스도에게 주신 계시인 요한계시록을 통해, ①‘예수그리스도께서 승리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신다’는 계시의 말씀이 반드시 성취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약속하셨다. 이와 동시에, ‘때가 가까웠다’라는 태도를 견지하며, ②당장, 언제든지 종말의 때를 맞을 수 있다는 긴박한 마음으로 믿음의 길을 걸어야 함도 기억하라. 또한, ③이러한 긴박함 때문에, 어느 순간에, 갑자기 회개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될 수 있음도 기억하라. 늘 말씀의 거울에 비춰서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④이 모든 사실에 토대하여, 단 한사람도 멸망치 않게 하고 회개하여 구원에 이르게 하시려는 주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가족과 이웃과 지인들 중에는 아직도 이 구원의 영광에 참여하지 못한 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듣고 읽었으니, 주님의 때의 긴박성을 깨닫고 아는 자로서, 말씀에 순종하여 복음을 전하자. 그리하여 그들도 이 구원의 영광을 누리고 그 영광의 찬양에 참여하도록 하자.